흐르는 강물처럼..

겨울비??? 내리는 날

ketty 2002. 2. 22. 14:37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쳐본 경험이 있나요?
물론 한 두번쯤은 있겠지요...
하지만...
내려야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리지 않은 경험은 있나요?
후훗...
난 가끔 그랬어요.

시계바늘처럼 항상 같은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데도...
그냥 서너 정거장을 지나쳐 내렸단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
비가 올 걸 뻔히 알면서도 우산을 들기를 거부한 건 또 무얼까?

서너 정거장을 지나쳐 내리는 파격처럼 때로는 삶의 파격을 어루만지려 하는 자신을 볼 때가 있죠.
돌아 걸어오는 길에 아무거라도 좋으니 어떤 느낌을 느끼고자 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낯선 또 다른 이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을 피하려 거울 속의 그에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면 그는 내게 왼손을 내밀며 화해를 거부하곤 하지요.

밖엔 비가 내립니다.
시원스레 내렸음 좋겠지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아련한 추억처럼...
아주 희미하게 휘 뿌리는 겨울 아닌 겨울비...

그 언젠가 누군가 아니 무언가에 대한 실망으로 마음이 너무나 아파 파도에 모두 던져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찾은 바닷가였지만 어디 마음의 아픔이, 상처가 던져지던가요?

굳은 마음도, 굳은 결심도 독하리만큼 주먹을 쥐어도 말입니다.

세월에 몸을 맡겨 눈, 비, 햇살을 받으면서 나이테만큼이나 굵은 껍질로 몸을 감싸는 소나무처럼...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비바람에 끄떡하지 않다가도 가끔은...
너무나 가벼운 눈송이에 가지 하나 꺽이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