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歲暮에...
ketty
2000. 12. 30. 11:51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12란 글자가 유난히 측은합니다.
뉴 밀레니엄의 그 들떴던 열기는 지금 어디 갔는지요?
저 달력 한 장 떨어지면....
삼백예순 몇날의 꿈도 접어지는건가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는 빛의 속도로 달리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데...
그러나, 우리네 생이 바로 <상대성>이란 것밖에 이해하지 못했었지요.
추억속의 나는 언제나 철부지 그 시절.
나날이 살아온 햇수만큼 몸으로 느끼는 시간은 더 빨라지는가 봅니다.
늦은 봄
장미꽃잎 피어나려 아침이 유난히 길던 그 날에
바람이 안개를 타고 내려와 그 뜰에서 느끼던 허허로움.
여름날
소나기 후의 플라타너스 넓은 잎의 싱그러움이 서럽기도 했지요.
가을, 느리게 흐르는 강가에서
물에 잠긴 산의 그림자가 얼룩 얼룩이면
강물 속의 물고기도 단풍 구경을 가는구나.
모든 것을 꽁꽁 얼려 동면시키고 한해는 끝나려 합니다.
봄날의 허허로움이나 여름날의 서러움이며 가을의 강도 이제 동면에 빠졌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바 없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를 리 없다는 그런 생각에 우리는 겨울밤을 불면으로 밝히기도 합니다.
반복의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때론 인터넷의 광야에서 고독해 하지는 않았는지?
창문을 엽니다.
저기
겨울산이 있습니다.
눈의 의상을 차려 입은 겨울산은
그러나, 아직 메마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별이 뜹니다.
곰자리, 물고기 자리, 황소자리...
별들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빛나기를 멈추지 않을 때
별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