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치는구나

ketty 2000. 5. 22. 11:44

5월도 하순이군요.
요즘은 초록의 세상입니다.
가까운 산에서 먼 산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미술 시간에 본 색상표에서 진함에서 점점 엷어지는 초록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지요.
모든 풀이며 나무들은 초록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나무가 지고 있는 저 나뭇잎의 무게가 제법 무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나무들은 자신의 줄기에 비해 과도하다 싶은 부피의 잎들을 지고 힘겨워 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 줄기들은 어떨 때 나 자신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힘겨운 부피와 질량의 무게를 지고 불평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커다란 조직속에서 작은 나사에 불과한 나는 누구인가?

나사는 오늘도 불평하고 힘들어 합니다.
누구의 주목도 별로 끌지 못합니다.
그래서 때론 위안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고 흔한 나사 하나가 빠져 달아나 고생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작은 나사가 책상 밑 어디론가 달아나 난감하던 기억이지요.
그 나사처럼 어느 날 문득 달아나 나의 존재를 인식시키고픈 욕심도 때론 들지요.

오늘 아침에도 화단 풀숲의 이슬이 막 마르기 시작합니다.
작은 벌레들도 각자의 일을 시작합니다.
개미도 진딧물도 무당 벌레도....
작은 나무 사이에는 채 마르지 않은 영롱한 이슬을 밟으며 거미도 일을 시작합니다.
다리에 비해 과도하다 싶은 몸을 허공에 매달고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