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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면

흐르는 강물처럼..

저녁바람이 부드럽게

ketty 2001. 6. 19. 20:16


요즘은 창문을 거의 열어 놓는 데 저녁바람이 부드럽습니다.

바람은 시시때때로 그 느낌이 다른데 지금 이 바람은 무척이나 부드럽습니다.

플라타너스 잎의 흔들림이 보일까 말까한 정도의 양순한 바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납니다.

청평호반 주변의 안개 마을(칼럼 9호.안개가 아름다워서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근처를 지나다가 적포도주색 창문이 예쁜 카페를 본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정약용 선생의 묘역 근처인데 카페 이름이 <저녁바람이 부드럽게>였습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주인에게 물어 봤더니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3막에서 따온 이름이라더군요.

적포도주 색의 창문이 예쁜 카페는 마치 일곱난장이와 백설공주의 오두막집 같았지요.

내친김에 카페 안으로 들어가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를 들으며 커피향을 맡았습니다.




이 음악을 들으니 영화 <쇼생크 탈출>이 생각납니다.

주인공이 교도소 방송실에서 감히 이 음악을 틀었을 때 메말랐던 죄수들의 마음에 잔잔한 바람 같은 물결이 일던 그 표정들.

부드러움이 굳은 마음을 녹이는 장면이었지요.

갇혀있는 일상의 나날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니었던가요?



희망이 언제나 대답이었던 때가 있었지요.

질문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그러나, 지금은 희망이 언제나 질문이 되었습니다.

대답이 어떤 것이든 간에.




어쨌든 지금 창문으로 날아드는 바람은 부드러운 저녁 바람입니다.

새 몇 마리가 무리지어 나무위로 날아갑니다.

그래서인지 바람이 조금 더 이는 듯 합니다.

플라타너스 잎도 흔들립니다.

저녁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이 흔들릴 때마다 파도가 부서지는 것 같습니다.

사각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나뭇잎 파도.

희망도 반짝인다고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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