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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면

흐르는 강물처럼..

왼손잡이 내친구

ketty 2000. 5. 8. 14:18

왼손잡이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왼손잡이임을 자주 한탄하곤 합니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듣다보면 우리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왼손잡이들은 옷을 입고 단추를 잠그려면 오른쪽의 단추를 왼 구멍에 넣기 위해 고생합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을 때도 어김없이 오른쪽에 돈을 넣게 돼 있습니다.
자판기를 만들 때 아예 왼손잡이의 존재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현대 과학의 총아라는 컴퓨터도 디자인의 기본은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입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과학의 총아도 왼손잡이를 무시하면서 책상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니터나 몸체의 스위치가 전부 오른쪽에 있습니다. 특히 자판의 경우는 왼손잡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어 'del'이나 'enter' 등 주요 기능키는 모든 오른쪽에 붙어 있고 숫자 입력 키패드도 오른쪽에 있습니다.
마우스도 예외는 아니지요. 물론 왼손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오른손잡이용 가위를 왼손에 잡은 것처럼 불편합니다.
윈도 상에서 커서의 방향이 왼편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왼손에 마우스를 잡으면 작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균형미를 잃고 맙니다. 데스크톱형의 컴퓨터는 플로피디스크를 넣는 드라이브가 항상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것도 왼손잡이에게는 영 불편합니다.

이것은 마치 여우집에 초대받은 황새가 접시 모양의 식기를 마주하고 앉은 기분이라고 합니다.
음식을 병 속으로 집어넣어 긴 부리로 먹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신경질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 것인가, 황새의 심사는 매우 뒤숭숭합니다.

오른손잡이 세상에 사는 왼손잡이의 슬픔.
그러나, 우리 모두도 그들처럼 다수나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슬픔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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