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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면

흐르는 강물처럼..

섬에서

ketty 2000. 7. 18. 15:15

섬은 잠겨 있었습니다.
아랫부분은 바다에 적시고 윗 부분은 안개에 잠겨 있었습니다.
섬 아랫자락은 갯벌로 치마를 두르고 완만하게 바다로 미끄러져 갑니다.

어떤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의 사이에는 두 세상을 연결시켜 주는 완충지대가 있나봅니다.
갯벌은 땅과 바다를 연결시키고 수평선은 바다와 하늘을 이어줍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완충지대는 무엇일까?
정이며 우정이며 사랑이란 것이 그런 것일까?.

그 갯벌을 걸어갑니다.
발가락 사이로 진흙이 비집고 들어오며 간지럽힙니다.
발이 푹푹 빠지며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갯벌이 마를 새라 바닷물은 하루 두 번 밀려왔다 밀려갑니다.
정이며 우정이며 사랑이 마를 새라 우리는 어떤 밀물을 밀어보내야 하는지?
그 완충지대에서 우리는 미워하기도 하고 때론 배신도 하고 사랑의 아픔에 푹푹 빠지기도 합니다.
썰물 빠져 나간 갯벌처럼 메마른 가슴에 그리움이며 고독이 쌓이기도 합니다.
그것들은 그대로 부숴져 모래가 되어 태양 아래 누워 있습니다.
어두운 밤 별과 달, 무심한 파도 소리가 스쳐갈 때 모래는 돌아누워 긴 숨을 토합니다.
또 밀물이 밀려오면... 난 마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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