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같은 구름이 떠가는 하늘이 유리창 1/3 정도의 한쪽 귀퉁이를 사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산이죠,
사무실 유리창으로 보이는 산과 하늘로 나는 사계(四季)의 하늘을 봅니다.
그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창문이지만 산과 하늘의 그 무엇을 담고 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잎새며, 비오는 날 나는 새들의 어두움도, 갠 여름날의 푸름도, 동양화의 점묘 같은 눈 내리는 풍경도...
일상에 둘러싸인 광경은 언제나 부분(部分)입니다.
내가 앉아 있는 혹은 서 있는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은 한정적입니다.
그만큼의 크기에 내 눈은 늘 길들여져 있지요.
윗부분만 보이는 플라타너스, 건너 편 빌딩의 2층 창문, 그 옆 1층 건물 옥상 위에 빨래줄 일부분, 책상에 가려진 난초의 줄기 등등
빌딩의 1층 창문을 보지 못하고 옥상의 빨래줄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난초 받침대도 화분도 볼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부분들이 조합된 하나의 광경으로 존재할 뿐이지요.
때론 그 하나 하나의 전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보이는 만큼만 이해하고 바라봅니다.
다른 위치에 서면 그 사물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그때를 위해서 지금 보이는 것을 확대 해석하거나 전체로 오인하지 않는 여유를 가져 보고 싶습니다.
이런 나의 생각은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이는 만큼만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하나의 모습으로 인해 내 안에 생기는 많은 추측과 생각들을 그 사람에게 대입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추측들은 나로 비롯된 다분히 주관적인 것으로 인하여 본연의 것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겠습니까?
내가 타인에게 개입할 여지라는 것이 허구가 아닐는지요.
내가 바라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때론 보이는 것 이상으로 더 이해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더 알고픈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서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라보는 그 시선조차도 쫓아가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보는 어느 곳에도 있는 사람.....
저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과 산, 플라타너스의 끝자락에도, 빨래줄 너머에도,
그리고... 눈을 감아도.....
눈을 감아도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어 얼굴을 보이고야 마는 사람.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보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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