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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면

흐르는 강물처럼..

안개

ketty 2001. 3. 17. 12:09
안개가 자욱합니다.
어제 아침에도 오늘 아침에도 안개가 자욱합니다.

이런 날 산등성이를 바라보면 뿌옇지만 수묵화인 양 농담이 있습니다.
움푹 파인 계곡은 좀더 진한 음영으로 입체감을 만들어 내지요.

처음엔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 시야가 답답함을 자아내지만 무심히 안개 속 너머를 주시하면 무언가가 꿈틀대며 다가오는 듯도 합니다.

때론 사랑을 고백하는 한 사람의 마음, 어떤 땐 깊은 병에 대한 연민이, 때론 주린 마음을 채우는 양식으로, 때론 그리운 사람의 그림자로...

글로써 기록되지 못한, 말못해 마음에만 새겨진...
아무도 모를 수많은 신화가 숨어있을 것 같은 그 상상의 깊이가, 세월의 깊이가...
나를 바라보는 사소함을 뛰어넘어 끈질김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오늘 저 산의 그림은 온통 여백입니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나를 빼고는 모두 여백이 되어버린, 그래서 빈 길을 걷고 있는 듯한 공허를 이런 저런 상상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저...
길을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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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는 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다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위를 좀 크게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집이거나 같은 장소가 아니라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라고.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은 살아가고 나는 그 어딘가의 당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달 뒤나 일년 뒤가 아니고 십년이나 이십년 뒤면 어떻습니까?
언젠가는 만날 당신.
그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연미와 유미,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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